이번 스토리에서는 제가 클러치게이밍에서 어떤 방식으로 밸런스를 잡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에 앞서, 저에게 FiveM(파이브엠)이라는 게임이 어떤 의미였는지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파이브엠이라는 세계

파이브엠은 RP(Role-Playing)를 중심으로 한 서버가 주를 이루는, 유저 주도형 콘텐츠가 강한 게임입니다. 저에게 FIVEM은 단순히 ‘게임’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이 월드 안에서 다양한 유저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웃고 울고 때로는 분노하며, 감정이 켜켜이 얽히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약 7년간 여러 서버를 직접 플레이하며 각 서버마다의 장점과 단점을 체험했습니다. 그 경험은 단지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기쁨과 불쾌감을 주는지를 피부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팀클러치에서 맡고 있는 역할도 더 명확해졌습니다. 어느덧 막내로 합류한 지도 몇 개월이 흘렀고, 이제는 매일 아침 자리에 앉아 “어제는 어떤 밸런싱을 했고, 오늘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를 되새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루틴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반복이 제가 설계하고자 하는 밸런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걸 느낍니다.


밸런스란 나에게 무엇인가

저에게 밸런스란 단순히 수치를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플레이어의 감각, 성장의 흐름, 몰입의 타이밍까지 모두 아우르는 설계의 영역입니다.

수치만 보고 밸런스를 맞추면, 어느 순간 유저는 “이거 너무 불편한데?”, “이 직업은 왜 이렇게 못 벌어?”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거밖에 안 돼?"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먼저, “플레이어는 어떤 흐름으로 이 루틴을 경험할까?”를 상상합니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그 흐름 속에서 느끼는 감각입니다.

좋은 밸런스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대신, 느껴져야 한다.

스킬 하나의 수치가 바뀌면, 단순한 작업 효율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루틴, 경제 흐름, 다른 스킬과의 관계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숫자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마음으로 밸런스를 다룹니다.

단순한 예로 들면, 광산에 돌 리스폰을 1초 건드렸더니, 채광 수익이 1.5배로 뛴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숫자 하나 바꾸는 일’이 아니라, 도미노 첫 조각을 건드리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반복을 체감하는 플레이 테스트

저는 하나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한 스킬을 수천 번 반복하며 직접 플레이합니다.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내가 지금 제대로 맞추고 있는 걸까?", "이건 너무 튀는 건 아닐까?" 같은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판단력이 흐려져 통계 수치에만 의존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수십 시간의 채광을 진행중인 GM 수건

하지만 밸런스는 숫자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는 언제나 몸으로 직접 부딪혀본 흐름을 기준으로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벌목 스킬의 밸런스를 조정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나무에 몇 번의 작업을 허용할지, 실패했을 때 작업 횟수를 차감할 것인지, 그 차감이 플레이어에게 줄 수 있는 불편함은 어떤지, 또 그 불편함을 선택지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채광 중 스태미나가 고갈된 상황

스태미너가 소진되어 루틴이 끊겼을 때는 어떤 흐름으로 플레이를 전환시켜야 할지, 도구의 내구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어떤 긴장감을 유도할 수 있을지 등, 모든 상황에서 단순한 수치가 아닌 선택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의 작업 루틴을 설계할 때마다 수백에서 수천 번의 반복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밸런스를 제대로 맞추고 있는지, 어느 순간 통계 수치에만 매몰된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은 오히려 저를 다시 본질로 되돌려 놓습니다. "감각은 흐름 속에서 태어난다"는 원칙을 다시 떠올리며, 결국엔 다시 직접 플레이를 통해 밸런스 조정의 방향을 잡게 됩니다.


성장 구조와 기대감의 흐름

현재 작업 중인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의 스킬 랭크업과, 스킬을 새로 배우기 위한 ‘스킬북’ 획득이 각각 중요한 성장 요소로 작동합니다.

스킬 랭크업은 플레이어 레벨을 통해 얻는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 이뤄지고, 스킬북은 특정 스킬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채광 스킬의 랭크업 미리보기 UI

하지만 모든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스킬북을 바로 얻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스킬북을 손쉽게 얻게 된다면, 플레이어에게는 노력 대비 보상의 의미가 사라지고, "콘텐츠"는 금방 소모되며 흥미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스킬북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존 스킬로 작업 활동을 해야 하고, 이 재료를 기반으로 다른 유저와의 거래, 직접 제작, 탐색 같은 여러 경로를 거쳐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보상 구조가 아니라, 행동 → 기대 → 달성 → 재도전이라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고자 합니다.


밸런스와 형평성 사이

저는 항상 밸런스와 형평성 사이의 줄다리기를 의식하며 조율하고 있습니다. 유저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고, 한 직업에 몰입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밸런스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납득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이건 의도된 흐름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불만보다는 도전이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서버를 종료한 후에도 "아 재밌었다, 내일은 몇 시쯤 다시 해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험. 그걸 만드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서버가 운영되는 동안에도 저는 꾸준히 밸런스를 점검할 것입니다. 플레이 중 발견되는 밸런스 붕괴 요소, 형평성에 어긋나는 구조가 보인다면 최대한 빠르게 파악해 대응하겠습니다. 하나하나의 결정이 유저의 감정과 루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모든 유저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 누구도 허투루 다루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조율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은 실제로 플레이해본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구조다"라고 느낀다면, 그 말 한마디가 제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